riseb 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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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9.

    by. riseb

    목차

      위로받고 싶다는 말조차 하기 어려운 날이 있었다

      “괜찮아?”
      “무슨 일 있어 보여.”
      “도움 필요하면 말해.”

       

      그 말들이
      참 고마우면서도
      어쩐지 더 외로울 때가 있었다.

       

      진짜 필요한 건
      위로를 해주겠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아프다는 걸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지 못했고,
      그렇게 꾹 눌러 담은 마음은
      점점 내 안에서 무게가 되어갔다.

       

      ‘이렇게까지 힘든데, 왜 아무도 몰라주지?’
      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더 깊은 고립감이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점점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다.
      기대는 실망을 만든다는 걸
      너무 일찍 배워버렸으니까.


      가장 서러웠던 건,

      위로가 필요한 걸 내가 알고 있는데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였다

      그날은 혼자 버스 안에 앉아 있었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마음도 몸도 지쳐 있었던 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데
      가사가 심장을 툭 치고 지나갔다.

       

      순간, 울컥했다.
      정말 아무 이유도 없었는데
      그저,
      ‘나 지금 너무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 앱을 열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나 지금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 말을 보낼 수 없었다.

      그 누구도
      내 감정을 받아줄 만큼
      충분히 가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말을 꺼냈을 때의 어색함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냥 메시지 창을 닫고,
      또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창밖을 바라봤다.

      그 순간이 이상하게도
      제일 서러운 순간이었다.

       

      누구보다 내가
      지금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고,
      말할 곳이 없었고,
      기댈 사람도 없었다.


      그때 나는,

      내가 나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혼자라는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공허함’으로 찾아온다.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데
      정작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

      그건 내가 만든 벽이기도 했고,
      누구도 넘지 않으려 했던 거리이기도 했다.

       

      그 무력감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라도 나를 위로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포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조용한 결심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다이어리를 꺼내
      한 문장을 썼다.

       

      “오늘 힘들었지. 괜찮아.
      누가 몰라줘도, 나는 알아.”

       

      그리고 그 아래
      조금씩 오늘 느낀 감정을 적었다.

      •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았다
      • 눈물이 나올 것 같았는데 참았다
      •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서 더 힘들었다
      • 그냥, 누군가 나를 꼭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들을 쓰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 감정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워갔다.

       

      그 글이
      어느 누구의 위로보다
      나를 오래 안아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했다

      사실 늘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지친 얼굴 하고 있을 때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준다.

      그리고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괜찮다고 해도,
      속으론 괜찮지 않았고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누군가 나를 꺼내주길 바랐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상대방은 나를 다르게 해석했다.
      혹은 너무 가볍게 넘겼다.

      그래서 나는 점점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다.

       

      '말해봤자 뭐해'
      '어차피 제대로 들을 사람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감정들을
      조용히 내 안에만 담아두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안에 쌓인 감정들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쌓인다.
      그리고 그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감정의 무게’가
      내 하루를 조금씩 망치고 있었던 걸.

      하루하루가 피곤했다.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었고,
      가끔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내게 “요즘 괜찮아 보여”라고 말하면
      그 말에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아무도 모르지?
      왜 이렇게까지 숨기고 살아야 하지?”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사람들이 몰라주는 게 아니라,
      나조차 내 감정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결심했다

      내 감정을 제일 먼저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로

       

      그날 이후로
      나는 마음속에 다짐 하나를 했다.

      “다른 누구보다
      내 감정을 가장 먼저 알아주는 사람이 되자.”

       

      그건 아주 작은 변화에서 시작됐다.

      • 하루에 한 번,
        “오늘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뭐였지?” 하고 묻기
      • 감정이 올라오면 무시하지 않고
        그 감정에 이름 붙여보기
      •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는 말 대신
        ‘내가 지금 뭘 느끼는 걸까?’ 하고 생각해보기

      그리고
      그 감정에 말 걸듯
      속으로 이렇게 말해줬다.

      • “그래, 오늘 기분 나빴지.
        그 말, 꽤 상처였어.”
      • “지금 뭔가 억울하지?
        괜히 그런 거 아니야.”
      • “지쳤지.
        지금쯤은 누가 좀 안아줬으면 좋겠지.”

      그렇게 내 감정을
      내가 먼저 인정해주기 시작했더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덜 복잡해졌다.

       

      감정은 ‘해결’되지 않아도
      ‘존중’만 받아도 가라앉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였다는 걸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오해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살면서 가장 서운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은
      내 감정을 무시당했을 때다.

      “그 정도는 다 겪는 일이야.”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이 정도로 힘들어하는 건 좀…”

       

      그 말들이
      내가 느끼는 고통을
      하찮게 만들어버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감정은 내가 겪은 삶의 밀도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걸 아무도 가볍게 판단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나는

      내 감정 앞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정확하고,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 “이 감정, 너무 당연한 거야.”
      • “괜찮아.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
      • “내가 나를 이해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오늘은 절반쯤 잘 살아낸 거야.”

      그렇게 하루하루
      조용히 감정과 마주하다 보니
      나는 예전보다 훨씬
      자기 자신과 가까워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결국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만 했다

      이제는 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 안의 고통을 정확히 이해해줄 순 없다.

       

      그리고 그게
      그 사람들의 잘못도,

      내 감정이 틀린 것도 아니란 걸.

       

      그저 감정은,
      내가 제일 먼저 들어줘야 할 내 마음의 목소리
      였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나와 가까워지는 연습을 했다.

      • 눈물이 날 땐 참지 않고 허용하기
      • 이유 없는 무기력 앞에서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기
      • 나에게 “오늘 힘들었지” 한 마디라도 꼭 해주기
      • 누군가 해줬으면 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먼저 건네주기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순간이지만,
      나에게 기대는 건 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훈련이 쌓이고 나니
      나는 더는 외롭지 않았다.

       

      이젠 어떤 순간에도
      내 감정을 가장 먼저 바라봐줄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위로받고 싶은데

      기댈 곳 없는 당신에게

      혹시 지금,
      누군가에게 한마디라도 기대고 싶지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그저 조용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은 지금,
      자기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가장 용감한 사람입니다.”

       

      그 말들이
      천천히 당신을 안아줄 거야.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이 말을 스스로에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속삭일 수 있을 거야.

       

      “결국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였어.

       

      그리고 그걸 알아준 내가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