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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무너지는 날은 소리 없이 찾아왔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딱 어떤 계기나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날 문득,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그 시절 나는 매일을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서 가기 위해,
이정도는 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기준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고 있었다.처음엔 그렇게 사는 게 괜찮았다.
바쁘다는 게 어쩐지 뿌듯했고,
지쳐도 ‘이 정도는 다들 하니까’라고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다.하루를 잘 마무리했는데도 허무했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괜히 서운하고,
계획한 걸 다 이뤘는데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그게 바로 내 인생이 조용히 어긋나고 있다는 신호였다는 걸.
어느 날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도무지 이유 없이 울컥했다.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는데,
‘아,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라는 그 사실만으로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무너지는 건 늘 그렇게 소리 없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인생이 꼬이는 걸
큰 사건으로 설명하길 좋아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조용히, 아주 작게,
내 안에서 ‘그냥 넘긴 것들’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길을 잃는다.
감정을 무시한 날부터 인생은 조용히 엇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먼저 어긋난 건 내 감정을 무시하기 시작했던 날들이었다.그날도 그랬다.
회의 도중에 내 아이디어가 묵살당했고,
친구와의 약속이 이유 없이 취소되었고,
퇴근길에 휴대폰을 열었더니,
내가 쓴 글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사실 그 일들 자체는 별게 아니었다.
충분히 자주 있는 일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오늘은 그냥 이런 날이네.”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날 내 안에서 일어난 ‘실망’, ‘서운함’, ‘허탈함’ 같은 감정들을
제대로 느끼지도, 돌보지도 않고
그저 무시했다는 거다.그게 몇 번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됐다.좋은 일을 겪어도 무덤덤했고,
나쁜 일이 생겨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감정의 파동이 점점 평탄해질수록
내 안의 ‘살아 있는 감각’도 사라졌다.그리고 그 무감각이 쌓이자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성공도, 성취도, 관계도, 의미도
모든 게 그저 ‘해야 하니까’ 하는 일처럼 느껴졌다.그게 바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진짜 출발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괜찮은 척했던 날들
사람들은 내게 늘 말했다.
“너는 잘하고 있어.”
“늘 부지런해서 보기 좋아.”
“넌 워낙 강하잖아.”그 말들이 처음엔 위로처럼 들렸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봐준다는 게
뿌듯하고 든든했다.그래서 더더욱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실패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무기력해도 웃으며 버티는 척,
슬퍼도 바쁜 척하며 넘겼다.
그리고 그 ‘척’들이 내 일상이 되었다.진짜 웃기지도 않았다.
혼자 있을 때는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사람처럼 말하고 웃는
그 괴리가 너무 커서
가끔은 내가 두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더 무서운 건
그렇게 괜찮은 척을 하다 보면
내가 진짜 괜찮은 줄 착각하게 된다는 점이었다.나는 울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나 힘들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오래 괜찮은 척을 해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솔직해질 타이밍을 잃어버렸다.결국 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조용히 무너졌다.
그 무너짐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를 외면한 결과였다.
그날을 지나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인생이 꼬이는 날은
항상 티가 나지 않는다.
겉으로는 다 똑같고,
일상은 그대로 흘러간다.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놓친 순간부터
사람은 방향을 잃기 시작한다.그때 나는 깨달았다.
인생이 꼬인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다.감정을 무시했고,
원하는 걸 묻지 않았고,
하기 싫은 일을 계속했고,
사람들 앞에서 진심을 숨겼고,
무기력을 합리화했고,
스스로를 미뤘다.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내 인생의 바퀴를
조금씩 삐뚤게 굴러가게 만들었다.이젠 안다.
삶이 어긋나기 시작할 때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나를 외면하기 시작하는 작은 순간들이
진짜 전환점이었다는 걸.그리고 지금은,
그때 놓쳤던 질문들을
매일 다시 나에게 건네고 있다.- “지금 무슨 감정이 가장 크지?”
- “내가 원하는 방향은 어디였더라?”
- “혹시 나 자신을 놓치고 있진 않았을까?”
- “오늘 하루, 내가 나에게 얼마나 진심이었지?”
이 질문들이
다시 나를
원래 가고 싶었던 삶의 방향으로 되돌려주고 있다.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순간이 온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든다.
‘이게 맞나?’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분명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처음엔 내가 원해서 시작한 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감각.하루하루는 바쁘게 흘러가고,
해야 할 일은 넘치는데
정작 내 마음은
조금씩 중심을 잃어간다.주변 사람들은
잘하고 있다며 등을 두드려주지만,
나는 점점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걸 원했는지
잊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특히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 “예전엔 왜 이 일을 좋아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
- “그냥 하니까 하는 거지, 더 이상 의미는 잘 모르겠어.”
-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될 뿐,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
삶이 틀어졌다고 느끼는 건
크게 무너진 순간보다
이렇게 조용히 방향을 잃어가는 날들 속에서 찾아왔다.그리고 그때 알았다.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중심이 흔들리는 걸 방치할 때
조용히 엇나가기 시작한다는 걸.
혼란 속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 ‘기록하기’
삶이 어긋났다는 감각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흔히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일을 벌이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고,
그 혼란의 한가운데서
제일 먼저 한 건 '기록'이었다.별건 아니었다.
그저 매일 밤,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나를 가장 지치게 한 감정은 무엇이었지?”
- “언제 가장 중심이 흔들렸지?”
- “지금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건 뭐지?”
- “나는 오늘 나에게 얼마나 솔직했을까?”
하루하루 적어가며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혼란은 내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오래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라는 걸.기록은 나에게 거울이 되어줬다.
더 이상 ‘대충 괜찮아’라는 말로 덮을 수 없었다.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고,
무엇이 내 삶의 중심을 흔들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되었다.그리고 그 마주함이
다시 ‘정돈’을 가능하게 했다.
중심을 되찾기 위해 내가 붙잡은 루틴들
삶이 흔들릴 땐
무엇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붙잡아야 한다.
그게 내가 얻은 결론이었다.그래서 나는 몇 가지 아주 단순한 루틴을 만들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성공을 위한 루틴도 아니었다.
오직 나를 다시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습관들이었다.- 아침에 가장 먼저 내 기분을 확인했다
- 기분이 괜찮지 않으면 억지로 애쓰지 않기로 했다
-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해주는 게 하루를 정리하는 시작이었다
- 매일 같은 시간에, 10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그 10분은 생각을 흘려보내는 시간이었다
- 생각을 ‘멈추려’ 하기보다, ‘내버려두는’ 연습이 나를 가볍게 해줬다
- 나에게 솔직한 하루 일기를 썼다
- "오늘 너무 불안했어"
- "이 일이 나를 좀 지치게 했어"
- 감정의 이름을 붙이고, 적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나를 품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 하루 한 가지, 나만을 위한 행동을 했다
- 좋아하는 카페 가기
- 산책하며 음악 듣기
- 좋아하는 책 한 챕터 읽기
- 세상과 무관하게 오직 '나를 위한 시간'을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확보했다
이 루틴들이
처음엔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그냥 기분이 살짝 나아지는 정도였지만,
몇 주, 몇 달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나는 다시 나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중심이란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삶이 엇나갔다고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자주 ‘무엇을 더 해야 하지?’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삶은 더 중심에서 멀어진다.내가 정말 필요했던 건
더 많은 일도,
새로운 도전도 아니었다.그저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이걸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리 성공을 거둬도,
아무리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도
내 삶은 엇나간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나는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알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그런 기분이라면
너무 늦은 게 아니다.당신은 이미
‘다시 중심을 세워야겠다’는 감각을 느꼈고,
그건 곧
당신이 다시 자기 삶의 운전대를 잡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다.지금부터
아주 작게,
하루에 단 1분만이라도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습관을 만들자.'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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