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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고, 다시 일어서는 건 아주 느렸다
그 프로젝트는 내 전부였다.
수개월 동안 그 일만 생각했고,
잠드는 순간까지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매일 ‘조금 더 버티자’는 말로 나를 달랬다.그리고 결국,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좋은 시도였지만, 이번엔 어렵겠다.”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게 끝났다.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괜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혹시라도 메일이 잘못 온 건 아닐까,
다시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헛된 기대를 하면서
끝내 확인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게 진짜 실감이었다.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 실패가
내 안에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 순간이었다.
“나는 이 정도 노력했으면 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그래도 안 되는 사람이구나”라는 결론만 남았다.
무언가를 향해 달려오던 내 마음에
크게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 구멍은 자존감, 에너지, 방향감까지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았다.
실패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매일같이 반복되는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잘 안 되면 다시 하면 되지.”
“그건 그냥 과정일 뿐이야.”그 말들이 위로가 되지 않는 건,
실패가 단지 결과가 아니라,
매일같이 나를 무너뜨리는 감정으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나는 매일 아침 ‘아직도 이 상황이구나’ 하고 눈을 떴고,
하루 종일 머릿속에 같은 생각만 맴돌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이 정도로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
“이제 뭘 해야 하지?”무기력은 상상보다 깊었다.
샤워를 못하는 날도 있었고,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첫 끼를 먹었고,
핸드폰은 손에 있지만 누구에게도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특히 사람들의 반응은 잔인했다.
처음엔 “괜찮아?”라고 묻던 사람들이
점점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고,
연락을 끊고,
내 존재를 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나를 외면한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실패한 나는 아무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존재인가 보다”**라는 감정은
하루하루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자괴감이 쌓이자, 나는 스스로를 벌주기 시작했다.
뭘 해도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잘 쉬는 것도 죄책감이 들었다.
‘이런 내가 뭘 먹는다고?’
‘쉬는 게 사치 아닌가?’
그렇게 나는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작고 느린 것들이었다
사실 말하자면,
‘극적인 전환’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정말 사소하고, 어찌 보면 너무 보잘것없는 것들이
하루를 붙잡아줬다.예를 들어,
- 어떤 날은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 어떤 날은 아끼던 컵에 물을 따라 마시는 일로 위로받았다.
- 어떤 날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게 버팀목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크게 붙잡아준 건 ‘글쓰기’였다.
그때 나는 매일 아침 노트를 펴고,
단 한 줄이라도 써보려고 애썼다.- “오늘은 정말 일어나기 싫었다.”
- “아직도 그 프로젝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 “왜 이렇게 무가치하게 느껴질까?”
- “그래도 일어나긴 했다. 그게 오늘의 전부다.”
그렇게 쓴 글을,
누가 읽는 것도 아니고,
공개할 생각도 없었지만
쓰는 그 순간만큼은 내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하루에 한 줄.
정말 그것만 했다.
그 한 줄이 ‘나는 아직 살아 있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기록들이 나를 구했다.
어떤 날은 2줄, 어떤 날은 5줄.
나중에는 블로그에 올려보기 시작했고,
뜻밖에도 누군가가
“저도 요즘 이런 감정이에요.”
“저 글이 위로가 돼요.”
라고 댓글을 달아줬다.나는 그때 처음으로,
실패가 끝이 아니라 연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결국 나를 살린 건, 다시 나를 믿어보기로 한 그 하루였다
내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다.
지금도 가끔 실패가 떠오르면 속이 서늘해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내가 또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에 빠질 때가 있다.하지만 분명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나는 예전처럼 나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실패 이후의 나는,
다시 ‘성공하는 나’를 기대하기보다
‘나 자신과 끝까지 같이 있어주는 나’를 더 믿기로 했다.예전의 나는 결과로 나를 판단했지만,
지금은 과정을 지켜내는 나를 더 존중한다.- 오늘도 감정을 정리하려 애쓴 나
- 여전히 무기력하지만 이불은 정리한 나
- 누군가와 대화할 용기는 없지만, 그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나
그런 내가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잘하고 있어. 실패는 네 전부가 아니야.”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잖아. 그걸로 충분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 시작은 이미 됐어.”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도 실패했다면,
그건 당신의 끝이 아니라,
진짜 당신이 시작되는 시점이다.그 절망 속에서 다시 자신을 지켜낸 당신은
이미 성공보다 더 깊은 삶의 기술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만.
조금 느리더라도,
당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도 괜찮다.나는 이제 안다.
실패는 나를 증명하지 않는다.
나를 증명하는 건,
그 실패 이후에도 나를 버리지 않고
다시 살아내려는 ‘내 태도’다.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게 아무것도 없었다면,
이 말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당신의 노력이 실패한 게 아니다.
세상이 그것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일 뿐이다.
당신이 했던 모든 애씀은,
당신을 다시 일으키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다시 살아났고,
당신도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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